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요새 빠져있는 드라마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처음 이 드라마를 보고 나는 오래전에 봤던 웹툰이 생각났다. 제목은 바로 '악마와 계약연애(장진/움비)'이다.
드라마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되는 존재 '멸망'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계약을 한 '동경'의 목숨을 담보한 판타지 로맨스라면, 웬툰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인간 한나에게 갑자기 악마가 나타나 영혼을 걸고 계약을 하게되는 이야기 이다. 두 작품의 연결고리는 없기에,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 웹툰도 한 번쯤 봐 보기를 추천한다.
악마와 계약연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인간 한나.갑자기 나타난 악마와 영혼을 걸고 계약을 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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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진짜 삶을 살게 되는 두 존재의 이야기다.
100일의 시간이 남은 시한부 탁동경,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존재 '멸망'.
그 둘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인물소개>
멸망 / 나이 미상 (서인국) 멸망 이 땅에 멸망 있으라. 그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태어났다.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 번째 자리. 그곳이 그의, '멸망'의 고향인 셈이다. 무언가를 멸망시키기 위해 그가 하는 일은 그저 존재하는 것뿐이다. 그것은 그의 의지도, 그의 사명도 아니다. 그저 주어진 운명일 뿐. 의지도 사명도 없이 타고난 운명에 질질 끌려 살아가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 또한 그렇다. 그래서일까. 그가, ‘멸망’이 굳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HAPPY BIRTHDAY! 자신의 생일, 그는 단 한명의 인간을 선정하여 그의 소망을 이뤄준다. 신이라는 작자가 제 딴엔 선물이랍시고 준비한 작은 이벤트랄까. 그의 생일은 인간의 기준과는 다르다. 1년에 한번이 아닌 알 수 없는 우주의 주기를 아주 오래 지나쳐야 했다. 어쩔 땐 한 세기를 넘어야 했고, 어쩔 땐 한 문명을 넘어야 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것은 세기와 문명을 건넌 약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들의 소망이란 대부분 얄팍하고 단순해서 큰 노력 없이도 그는 찬사 받을 수 있었다. 단지 늘 그랬듯이 가볍게 선택했을 뿐. "세상 다 망해라!" 멸망과 꼭 어울리는 까만 밤이었고, 별이 죽어갔고, 자신의 생일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이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동경을 골라 들었다. 그게 제게 잘못 온 선물인줄은 꿈에도 모르고서. "니가 죽었으면 좋겠어. 죽어봤으면! 그럼 내 마음 알 테니까!" 너의 그 말에 코웃음을 쳤었나. 그러나 결국 네 말이 다 맞았다. 나는 너와 함께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존재였다. 시한부인 동경과 함께 하는 100일. 그의 마음에 이상한 소망 하나가 싹 트기 시작했다. 살아도 죽어도 이룰 수 없는 소망. 살아있고 싶다. 그래서 너와 함께 죽어버리고 싶다. |
탁동경 / 28세 (박보영) 라이프스토리 웹소설 편집팀 주임 내 인생은 누구의 장난인지. 동경의 나이 열 살, 교통사고로 부모를 동시에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장례식장에 갓 일곱 살이 된 남동생 선경의 손을 잡고 앉아있었다. 아이라고 해서 다 모르지는 않아서 동경은 울지 않고 버텼다. 나는 울지 않는 착한 아이니까. 그러니 우리를 데려가세요. 우리를 길러주세요. 눈앞에서 자신들을 서로에게 떠맡기려 싸우는 어른들을 보며 그렇게 빌었다. 그날부터였을까. 운명이 걸어오는 못된 장난에 동경의 인생이 속수무책 넘어지기 시작한 게. 장난까나. 하나도 재미없거든? 그렇게 이모의 손을 잡고 내려온 제주도. 바람과 바다의 콜라보로 빚어진 유년기와 청소년기 덕분에 동경은 꽤 괜찮은 어른이 되었다. 누가 주지도 않은 눈치를 보는 버릇은 제주가 아니라 동경 스스로가 동경에게 준 것이었다. 뇌종양 선고를 받은 날, 동경은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하고 싶었다. 이딴 거 정말 하나도 재미없다고 목줄을 잡고 짤짤 흔들고 싶었다. 나는 이토록 운명의 눈치를 보는데 운명은 어떻게 하나도 내 눈치를 보지 않는지. 정말로, 정말로 동경은… 울고 싶었다. 하늘을 향해 소리 쳤다. 세상 다 망해버리라고. 이렇게 다 한 번에 끝장내버리자고. 그 말을 누가 진지하게 듣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HAPPY BAD DAY! 새벽 세시에 초인종 누르고 찾아온 이 미친놈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고민이 무색하게 그 미친놈은 자신을 ‘멸망’이라 소개했다. 그러고는 대뜸 동경의 소망을 이뤄주러 왔다고 했다. 아주 오랫동안 동경은 누군가 제게 대답해주길 바라왔다. 멸망과 함께하는 100일 동안 동경은 멸망이 제게 온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물음은 세기와 문명을 건너 네게 닿았구나. 너는 그 많은 것들을 건너 내게로 왔구나. 멸망에게 사람이라 이름을 붙인 것은 동경이었다. 사람이란 단어는 사랑과 닮았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동경은 처음으로 누군가가 아닌 자신에게 물었다. 동경아 넌 뭘 원하니. 네, 저는 이 사람이, 이 사랑이 존재하길 원해요. 오래 미뤄온 운명의 답이 들려온 순간이었다. |
차주익 / 33세 (이수혁) 라이프스토리 웹소설 편집팀장 타고난 여유에는 이유가 있는 법. 주익은 요즘 애들의 장래희망이다. 참고로 요즘 애들의 장래희망은 유투버, 연예인, 공무원, 건물주, 건물주의 자녀 등이 되시겠다. 그 중 제일 되기 힘든 것이 건물주의 자녀. 이유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직업(?)이기에 그렇다. 원했던 스펙은 아니었으나 달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주익은 주제파악이 잘 되는 사람이었다. 노력해서 이룬 것이 아니니 내세울만한 것도, 그렇다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제파악은 주익이 가진 것 중 가장 큰 재능이었다. 주익의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평가했다. 사람이 묘하게 여유 있어 보여. 그럴 때마다 주익은 그저 씩 웃고 말았다. 묘하게라뇨. 대놓고 여유 있는데. 떡 하나 줬더니 잡아먹던데요. 모든 것이 그 빌어먹을 떡 때문이다. 떡의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옆집 수영꼴통이 과외 구한다니까 내일부터 옆집으로 출근해." 아버지의 말 하나로 주익과 수영꼴통, 그러니까 현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인연이 끈질기게 십년을 이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떡처럼 끈덕하게 현규는 주익의 팔자에 들러붙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그 떡을 안 주는 건데. 수능 전날 과외 선생 노릇한답시고 줬던 떡 하나가 파국을 불러왔다. 떡의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그 떡을 먹고 급체한 현규는 수능시험장 대신 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그 바람에 도피유학을 가게 되었고, 그 바람에 사귀던 지나와 헤어지게 되었고, 그 바람에 그 일이 터지고야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지금, 9년 후에 주익은 되도 않는 작가랑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이 되도 않는 로맨스작가 나지나와. 되도 않는 로맨스는 장사가 되질 않는다. 되도 않는 로맨스만 겪은 작가 또한 장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대로 알려주려고 했을 뿐인데. 정말로 그뿐이었는데. 왠지 이 알려주는 로맨스에 흔들리는 건 그녀가 아니라 자신인 것만 같다. 로맨스의 무서운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그걸 깨달은 순간 주익에겐 새로운 계획이 생긴다. 세상은 그 계획을 짝사랑이라고 부르지만. 자고로 계획은 꼬이라고 세우는 법, 최고의 짝사랑에는 최고의 시련이 따르는 법이다. |
이현규 / 29세 (강태오) 카페 사장 그에게서는 늘 비누냄새가 난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어디 가서 물에 빠져 죽을까봐 시킨 수영이었다. 그런 아들이 어린이 취미 수영에서 시작해 안 죽고 수영선수까지 되리라고는 이 과보호 부모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소독약을 푼 물 속에 하루를 보내다보면 언뜻 언뜻 제 몸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하루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몸을 빡빡 씻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서는 늘 비누냄새가 났다. 늘 땀 냄새로 범벅인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그의 비누냄새는 독보적이었다. 여학생을 떼로 홀리기에 충분한 냄새였다. 그 떼 중에서 그녀도 있었다. 나지나. 현규의 첫사랑이었다. 소년은 자라지 않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열여덟 지나는 다짜고짜 쳐들어와 무슨 멱살을 잡듯 고백했다. 좋아해! 열여덟 현규는 그 고백에 멱살 잡혀 단시간에 사랑에 빠졌다. 손 하나 잡기도, 발 맞춰 걷기도 어려운 풋사과 같은 사랑이었다. 그 풋사랑이 소년을 움직였다. 평생 하지 않은 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 사랑 때문이었다. 오로지 지나와 가까이 있기 위해서. 그러려면 반드시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규의 여자친구 지나는 공부를 그럭저럭 잘했기 때문에. 그러나 사랑은 결코 만능이 아니었으니……. 해보지 않은 공부가 체질에 맞을 리 없었고, 그러다가 결국 현규는 도피유학을 선택했다. 사랑으로부터, 쪽팔림으로부터 도망친 거였다. 그렇게 현규의 첫사랑은 흐지부지 끝났다. 도망침으로써. 두 번째 성장통.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 일 저 일 기웃거리다 과보호 부모를 졸라 카페를 차렸다. 같이 사는 주익을 졸라 주익이 관리하는 건물 1층에 저렴하게 세도 들었다. 모두를 졸라 차린 카페는 성황이었다. 수영으로 다져온 몸매와 쓸 만한 미소가 그의 영업비법이랄까. 그렇게 나름 스물아홉의 멋진 남자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지나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나를 만나고 나서야 현규는 자신이 똑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은 끝없이 도망만 치고 있었다. 현규는 이번에야 말로 부딪쳐서 깨져보려고 한다. 이 사랑이라는 벽에. 나지나라는 놓쳐버린 골인지점에. 해온 게 수영뿐이라 출발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건 도가 텄다. 결과는 고개를 들어봐야만 알 것이다. 승자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막 휘슬이 울렸으므로. |
나지나 / 29세 (신도현) 웹소설 작가 처음부터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다년간 다져진 인터넷 소설과 판타지 소설 구독 실력이 지나를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이끌고 왔을 뿐. 통장에 첫 정산금액이 찍힌 날, 지나는 바로 회사를 그만뒀다. 그대로 겁도 없이 직업작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나를 고용하고, 내가 나를 부려먹고, 내가 나를 혼내야 하는 이 프리랜서의 길이 이토록 꽃길일 줄은. 꽃길은 꽃길인데 장미꽃길이야. 예쁜데 아퍼. 첫끗발이 개끗발이라고 했던가. 별 생각 없이 쓴 첫 작품이 중박을 치고 고통과 노력을 쏟아 부은 두 번째 작품은 폭망했다. 짧게 끝내고 다음 작품에서 대박을 노리자는 담당 편집자 동경의 말에 가타부타 말없이 연재를 종료했다. 그리고 다시 칼 갈아 준비한 세 번째 작품은… 대폭망. 그래, 거기까진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첫 연재, 첫 회부터 꾸준히 댓글을 달아 왔던 독자가 네 번째 작품에 [실망이네요] 댓글을 단 순간 지나 안에 있는 인내심과 자존심은 다 무너져 내렸다.무너진 자존심을 위해 악마의 손이든 귀신의 손이든 잡겠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차주익이 나타났다. 손대는 모든 웹소설을 TOP 10 안에 반드시 올려놓는다는 그 신의 편집자 차주익. 근데 그 유명한 차주익이 아는 얼굴일 줄은 몰랐는데? 이것은 하늘이 주신 벌인가 기회인가.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일이 이토록 견고한 스킨십을 요하는 일인 줄은 미처 몰랐는데. 몰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그러나 모르고 해버린 것들은 언제나 위대하고 위험한 법이었다. |
소녀신 / 나이 미상 (정지소) |
느낌
박보영은 정말 여자가 봐도 사랑스럽더라. 자꾸 웃음짓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여자가 예쁜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인데, 정말 귀엽고 연기도 잘 한다. 서인국이 매번 하는 '난 인간이 아니야.'는 너무 오글거리는 멘트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오글거리는게 판타지 드라마의 맛 아니겠는가!
어느새 33살이 된 나는 차주익 팀장과 같은 나이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차주익-나지나-이현규의 삼각로맨스도 볼만하다. 마지막은 당연히 이현규와 이어지려나?
소녀신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컨셉도 참 새롭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세상의 죄를 대신해 돌아가신 예수님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라는 것도 아주 창의적인 것 같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참 기대가 된다.